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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12 22:59
두 번의 산행
 글쓴이 : 김근성
조회 : 8,546  
< 두 번의 산행  >


요즘엔 어느 산에 가든 사람들로 만원이다.

가을이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상시 등산인구가 많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자 삶의 방식과 유사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신경 쓰지 않고 정상을 목표로 꾸준히 오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산에 오르는 동안 사진 찍기에 몰두하는 사진 메니아들도 있고

주변의 경관을 즐기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르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10월 첫째주 휴일과 주말을 이용하여 집사람과 같이 노인봉과 설악산엘 다녀왔다


< 노인봉 산행 10/3 >

노인봉 산행시점인 진고개 휴계소에서 노인봉(1,338m)정상은 대략 1시간10분정도 걸렸다.

전문 산악회를 통해서 하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 이였는데

직장 동우회나 개별 산행을 하던 해찰(海察)심한 나의 산행방식과 느린 걸음이

다른 이에게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긴장이 되었는데

산행 리더인 공윤님은 사진을 찍으며 일행의 앞뒤 시간을 말없이 조절한다.


정상에서 가속도를 붙이며 한 시간 정도 내려와

첫 번째 폭포 위에서 준비한 김밥과 과일로 요기를 하였다  (폭포이름이 생각이 안나내요)


흘러가는 계곡을 쫓아 내려가는 하산길은

소금강 계곡을 내려 갈수록 물줄기가 커지고 폭포를 이루는데

* 소금강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백운대와 만물상 그리고 선녀탕 계곡의 귀면암

  청심대와 청심폭포 그 옆의 세심폭포, 소금강을 대표하는 구룡폭포

  마의태자와 군사가 밥을 먹었고, 율곡선생이 소금강에서 공부할 때 밥을 먹었다는 식당암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과  화장을 하고 올라갔다는 연화담과 화장대

  절벽이 열+자로 갈라져 사방에서 물이 흘러들어오는 십자소 *


암벽을 흘러내리는 계류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형상과 모양은

소금강 계곡을 아름답게 꾸며놓아

등산객의 눈길과 발길을 바쁘게 한다.

 
서울 복정역에서 버스로 7시50분에 출발하여

10시30분에 진고개 휴계소에서 시작한 산행은

종료지점인 금강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3시30분이다.

식당 뒤쪽의 계곡에서 땀을 씻고, 산채비빔밥으로 요기를 하고

비록 종이컵이지만 커피 한잔을 들고 여유를 부려본다.

오후 4시30분에 버스에 올라 한숨을 푹 자고 나니 서울도착 오후 8시

상습정체구역인 문막에서 여주까지는 우회도로를 이용했지만

추석 연휴 뒤끝이라 그런지 휴일인데도 고속도로가 많이 밀리지 않았다.


< 설악산 산행 10/6 >

숙소로 정한 용대 자연휴양림에 도착한 것은 10월5일 오후 10시

숙소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거기서 백담사까지는 버스로 15분이 걸렸는데 요금은 1,500원

* 백담사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 창건하였으나,

  화재로 1455년 대청봉에서 백번째 못이 있는 곳에 재건되어 백담사라 불리게 되었으며,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 을 집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29만원으로 버틴 전두환대통령의 유배지로 더욱 유명세를 더하고 있지만... *

 
백담사를 한바퀴 둘러본 후,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번은 산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고 마음 가는데 까지 가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정상을 목표로 한 필사적인 삶의 자세는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무거운 얼굴을 하고 심각하게 인생을 고민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가 예상되던 일기예보와 달리 완연한 가을 날씨다.

백담사를 지나 초입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라 걷기에 수월하다.

수렴동 계곡을 지나 산길을 따라 오르니 영시암이다.

* 영시암은 '영원히 쏜 화살'이라는 뜻으로, 숙종 15년(1689) 장희빈 사건때
 
  영원히 세상과의 단절을 맹세하는 뜻으로 김창흡이 창건한 암자라 한다.*

영시암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봉정암, 왼쪽은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다.

오세암으로 가는 마등령코스는 전에 가 본적이 있기에 봉정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휴식장소로 생각했던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하였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쳐 조금 더 올라가 평평한 바위 계곡에 앉아

잠시 쉬면서 사과를 나누어 먹었는데

편히 앉아 다리를 펴고 바라보는 하늘과 계곡은 너무도 아름답다.

 
구곡담 계곡을 오르며 보니 작년 수해로 인한 복구 작업이 아직도 한창이다.

계곡을 오르는 중에 스쳐 지나는 사람이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라

돌아보니 그쪽도 돌아본다.

8월에 백두산에 같이 갔던 일행 중 한명이다. (젊은총각인데 이름을 몰라서 미안)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디를 갔었기에 벌써 하산하느냐고 물으니

용아장성을 돌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지금이 11시인데 그럼 몇 시에 산행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새벽 1시에 시작 했단다.

아마 서울에서 10시경에 출발하는 무박산행을 한 모양인데

나는 체력이 달려서 그런 산행은 힘들지 싶다.


세상이란 넓고도 좁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은 잊혀지지만

결코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이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 살아야 겠다 인연의 끈을 자르지 말고,  언제 어디서 또 볼지 모르잖아......


봉정암 500m 라고 쓰인 안내표지부터 봉정암 까지는

계단으로 된 깔딱 고개인데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


봉정암에 도착하니 오후1시다.

암자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고구마와 빵 그리고 사과로 점심을 먹었다.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을 뽑아 나누어 먹으며, 인심 좋은 봉정암 스님 칭찬을 많이 했다.

봉정암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는 무료였다.

봉정암에서는 주먹김밥도 제공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타이밍이 안 맞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봉정암에서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하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시간이 1시30분이니 산을 넘을까 하는 갈등이 생긴다.

산을 넘는다 하여도 소청까지 30분, 대청까지 20분, 오색까지 3시간 30분 정도로 생각하면

6시경이면 하산 할 수 있으니 산을 넘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용대리 주차장에 차가 있는 터라 당초 생각대로 오세암 쪽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산을 넘는 것과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 것이다.


오후 2시에 봉점암을 출발하여 오세암까지는 4km인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산행중 가장 어려운 코스였던 것 같다.

오세암을 조금 지나니 배가 촐촐하다.

한개 남은 고구마와 초코렛으로 허기를 메워 보지만

한국사람은 밥을 먹어야지 고구마와 빵만으로 배를 채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백담사 주차장에 내려오니 오후 6시

버스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와 저녁식사를 했다.

배가 촐촐했던 터라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들어간 식당에서는 순두부와 황태종류 뿐이라 황태구이 정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 저녁에... >

숙소인 용대 자연휴양림은 한 달 전에 며칠 쉴 예정으로 미리 금․토 2박을 예약해둔 곳이다.

숙소인 통나무 집에 돌아와 몸을 씻고

마당 끝에 있는 벤치에서 맥주를 나누어 마셨다.

산속이라 그런지 기온이 차갑다.


산행을 하다보면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다는 것은 느끼게 된다.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고

오랜 산행을 위해서는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걱정은 계속해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런 걱정은 나에게 짐이 되고 가끔은 무척 많이 무거워 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내가 풀어야할 숙제일 뿐이다.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무게와 속도를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벤치에 비스듬이 누어 밤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별빛이 아주 선명하다.

분당에서 보는 뿌연 별빛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느낌도 다르고

맑은 별빛과 숲 내음에 캔 맥주를 곁들이니 아 쉬울게 뭐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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