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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8-27 00:00
한국病 알고 있나
 글쓴이 : 솔내음
조회 : 5,794  

 

 
사람이나 국가나 병을 갖고 있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굳이 경중을 가리자면 후자가 더 심각하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그 불행은 대개 개인에 국한하지만, 국가가 병에 걸리면 불행은 한 세대에 그치지 않고 대대손손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70년대 영국 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심각한 ‘영국병’ 을 앓았다. 노조의 요구로 복지비용과 임금은 해마다 올라가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져 이른바 고복지-고비용-저효율 현상이 일어난게 영국병의 요체다. 병마에 시달렸던 영국은 급기야 76년 국제금융기구(IMF)로부터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그 당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가 총대를 메고 영국병 치유에 나선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조는 파업으로 저항했지만 대처 총리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자칫 3류 국가로 떨어질 뻔했던 영국은 그 이후 소생의 길을 걸었고, 최근 몇년 동안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 경제의 심장 역할을 도맡아온 미국도 심각한 국가병에 시달렸다. 80년대이후 줄곧 미국을 괴롭혀온 이른바 쌍둥이(경상수지·재정)적자가 그것이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미국은 91년을 제외하곤 경상수지 적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재정적자 역시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과 세수증대가 힘을 발휘했던 98∼2000 회계연도를 제외하곤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처럼 미국경제를 따라다니고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병은 부동산 거품붕괴와 금융부실에 따른 복합불황이 원인이었다. 일본은 90년대이후 10년이상을 고생했지만 아직도 병세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있다.

국가병을 다른 나라의 일처럼 여겼던 독일조차도 요즘은 정부가 나서 공공연하게 ‘독일병’ 치유를 외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지난 14일 분배적 사회정책의 종언을 선언했다.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는 슬로건도 등장했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실정 을 보자. 노조는 더 많은 분배 를 요구하고 있고, 기업인들은 한국을 ‘기업하기 싫은 나라 ’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로의 공장 이전을 서두르고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들도 노사분규를 이유로 줄줄이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있다. 한국네슬레를 비롯해 올들어 ‘노조파업’에 맞서 직장을 폐쇄한 외국계기업은 7개사 에 달한다고 한다. 갈등은 비단 경제에만 국한한게 아니다. 사회는 내편, 네편으로 갈려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쯤되면 ‘한국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처지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자원이 있는 나라다. 일본은 곪을대로 곪은 금융체계를 갖고도 10년이상을 버텨온 저력있는 나라다. 조상을 잘 둔 덕에 관광자원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도 적지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제조업이 무너질 경우 무엇으로 먹고살지가 정말 막막하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는 끝’ 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사정이 이러한데 갈등을 중재하고 풀어갈 주체는 보이지 않고있다. 역할을 해줘야할 정부와 정치권이 과연 우리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은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문화일보/ 최준영 경제부 차장 cjy123@munhwa.co.kr


<가톨릭뉴스/서용수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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