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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7-12 16:49
 조회 : 8,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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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속 >
유치원 또래의 꼬마아이를 얼르던 할아버지가 꼬마에게 장난감이라도 사주기로 했는지
꼬마가 희색인 얼굴로 “할아버지 약속, 손가락 걸고 엄지도장 꽉 찍어 !"
앙증맞은 조그만 새끼손가락과 엄지를 내밀고는
미소짓는 할아버지의 손을 가져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끼리 눌러 약속을 하는 것을 보고
슬며시 웃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약속하는 방식이 많이 변했구나,
내가 어릴 때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기만 해도 약속으로 충분했는데,
이제 그 정도로는 믿지 못하고 어른들이 도장을 찍듯
엄지를 힘주어 찍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물론 꼬마야 그 의미를 알 리가 없지만,
도장을 찍듯 엄지를 누르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만약 안 지킬 땐 변상을 기꺼이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어린 꼬마에게 이렇게 하는 약속 방법을 누가 알려 주었을까 ?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과 다짐을 하게 된다.
물론 시간과 생활에 얽매여 살다보니 모든 약속을 지키며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안해도 되는 괜한 약속을 하여 필요 없는 시간을 낭비한 기억이 있을 것이고,
헛된 약속을 하여 마음을 썩힌 일도 있을 것이며,
자녀와의 사소한 약속이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침으로 자녀의 원망을 들은 적도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은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는 바람에 친구를 원망하며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잘못되면 변제하는 것을 알고 있던 보증이지만 정작 변상해야 할 때는
억울함이 타인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되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으며,
원망과 증오가 그 당시의 나를 황폐하게 했었다.
어느 순간 마음을 돌려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잘못된 약속(보증)에 대하여
내가 치루어야 하는 벌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푸니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약속에 대한 책임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7.8)에
우리본당에서는 그 동안 교리를 익혀온 예비자들이 세례성사를 받았다.
세례 성사를 통하여 우리는 그리스도 공동체인 교회의 문을 들어섰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그리스도의 형제가 되어 하느님 백성인 그리스도인으로 살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하느님과의 약속이란,
손가락을 걸고 엄지도장을 찍지도 않으며, 서류를 주고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세례성사를 받을 때 지닌 마음과 결심을 스스로 간직하는 것으로,
지키지 않는다 해서 어느 누구도 변상을 요구하지 않지만,
세례 때의 약속은 자신이 스스로 하느님과 맺은 최초의 약속이며,
신앙인이라면 꼭 지켜야하는 가장 엄숙하고 중요한 약속이다.
이처럼 중요한 약속은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생명과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고
가정에서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리라.
初發心이라 했던가, 세례성사 때에 지닌 마음과 스스로 정한 약속을 잊지 않고 간직하며 생활한다면,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신자가 될 것이며,
주변에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함으로 우리의 선교사명이 실천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세례 받으신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오래전에 세레식날 쓴글이 있기에 각색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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