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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24 16:16
내려놓음
 글쓴이 : 김근성
조회 : 8,393  
< 내려놓음 >

게으른 사람이 여행에 대한 상상과 욕망이 강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여행에 대한 상상이나 욕망은 길을 나서면 말끔히 해소 될 것을
나는 휴일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빈둥거리기 일수니 여행에 대한 상상과 욕망이 강할 수밖에

그 상상과 욕망을 내려놓기 위해 백두산 종주 등산 팀에 동참하였다.
과거 역사책에 나오는 몇 몇 곳을 들렸다 올 수 있기를 바라며
일상을 벗어나도 또 다른 일상을 만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바람을 맞으며 백두산과 천지를 볼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여행이 아닐까 ? 하는 마음으로,

- 가는길 -
인천 공항에서 6시30분에 만났지만 심양에 도착하니 11시나 되었다.
서울에서 심양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 이지만,
만나서 주의사항을 듣고 발권, 출국수속, 면세점 뭐 이런 등 등 해서
심양에서 숙소인 송강하 까지는 전세버스로 이동을 했는데
지도를 보고 4시간 정도 걸리겠거니 짐작 했는데, 실제로는 8시간이 걸렸다.

지나는 길의 양옆으로 붉은 벽돌로 만든 일반인들이 사는 비슷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황토로 만든 붉게 만들어진 벽돌집들,
조선족 가이드가 한족의 지붕과 조선족의 지붕이 다르다면서 손으로 모양을 설명을 하는데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을 설명하는 모양이다.
한족의 지붕은 맞배지붕이고 조선족의 지붕은 팔작지붕이었다.

도심을 벗어나니 온통 옥수수 밭으로 벼가 많이 보이는 우리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조선족이 사는 곳은 벼농사를 많이 짓고, 한족이 많이 사는 곳은 주로 옥수수를 재배한다고 한다.

도로변 과일을 파는 곳에 내려 산행 리더가 사온 수박을 먹었다.
수박의 모양과 맛도 우리나라와 같고,
수박을 파는 아주머니의 그을린 얼굴이 우리 시골아낙네와 같은 모습으로 억척스러운 면도 닮았다.

가는 길에 지나간 통화시와 백산시는 제법 인구도 많은 듯하고, 꽤 넓은 공장지역이 있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농사와 산림개발 같은 1차 산업에 의지하고 있다보니
집의 크기가 고만 고만하고 낡은 형태가 비슷한 것이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은 아직 요원한 모양이다.

우리에게 백두산은 어떤 모습으로 알려졌을까?
일반적인 현황만을 보다면,
백두산 정상은 장군봉으로 2,749m이며, 천지는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caldera湖로 화산호중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
그리고, 천지 주위에는 해발 2,500m 이상인 봉우리가 16개 있다는 정도겠지만,

백두산이 민족의 성산으로 불리는 데는 천상을 닮은 풍경만이 아니라
단군신화에 깃든 우리민족의 번영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산과 遼西지방은 우리 5천년 역사의 근원이 되는 단군신화가 숨쉬는 땅이며,
오랜 세월 역사와 역사가 부딪쳐온 곳으로, 여러 나라가 일어났다 무너졌다.
산 주변에 위치한 중국의 동북 3성인 요녕성(遼寧省), 길림성, 흑룡강성은
과거에 요서지방 또는 간도지방으로 불리는 곳으로 고대부터 우리민족이 활동하던 곳이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구려의 터전 이였고, 근 현대에는 항일투쟁의 활동 무대였지만,
아쉽게도 절반의 백두산과 遼西지방은 이제 우리에게는 멀고먼 역사 속 추억의 땅이 되어 버렸다.

- 백두산 종주 그리고 천문봉과 남파 -
아침 일찍 송강하를 출발하여 50분 정도 걸려 백두산 산문에 도착하니
매표소 입구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입장권을 사고 버스 환승을 하는데 우리 같으면 20분이면 될걸,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두산을 관할하는 길림성에서는 백두산 관광에 역점을 두고 개발 중인 모양인데,
관리인의 서비스 정신은 아직 顧客만족이 아니라 主人만족 수준이다....

백두산 서파의 5호경계비 아래 설치된 주차장에 내려 1,300여개의 계단을 40분정도 오르니
천지의 푸른 물과 천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16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경비병들이 막고 있어 천지에 내려 갈수는 없다
물론, 천지가 있는 봉우리 안쪽은 300미터 정도 되는 절벽으로 이루어져있어 갈수도 없지만

함경도와 만주지방 너른 땅을 어우르는 산
오랜 시간 역사의 혼돈을 지켜보며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온 백두산
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산을 끼고 살아가는 우리 삶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지금도 백두산은 장백산으로 표기되어있고, 우리는 중국인 관리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이나마 너른 산자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고맙고 다행스러울 뿐이다.

서파에서 북파까지의 백두산 종주코스는 외길이인데,
마천봉(북한구역)과 옥주봉 중간에 있는 중국의 5호경계비에서 용문봉을 잊는 15킬로의 능선길이다.
험한 산길과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구역과 좁은 능선을 통과하는 구역이 있는데

올라가는 구역은 해발 2,000미터에서 2,600미터 높이의 경사진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것이라
쉽지는 않지만,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다닐만한 코스인데,
백운봉을 오르는 능선은 고산지대라 그런지 나무가 전혀 없는 대신, 온통 야생화 꽃밭이다.
하늘매발톱, 바위구절초, 두메양귀비 고산채송화 등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좁은 능선을 통과해야하는 구역은 바람이 없는 날에는 아주 순탄하게 갈수 있을 것이나,
우리가 통과 할 때는 비를 머금은 심한 바람이 수시로 불어 왔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몸이 날려 갈 것만 같아 땅에 바짝 엎드려 바람을 피해야만 했다
더구나 다른 산악회 팀원 중 한명이 바람에 날려 머리를 바위에 부딪치는 사고와 이를 치료하던 사람의 배낭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본 터라 바람의 위협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주변에 있던 이삼십 명의 사람들이 한참 동안 등산을 멈추고 패닉 상태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하산을 완료 할 때까지 계곡사이로 불어오는 사나운 골바람은 능선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바위모퉁이를 돌때마다 보이는 천지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바람 험한 능선 길은 천지와 함께 잊을 수없는 추억을 더해준다.
서파에서 북파까지 종주는 8시간 정도 걸렸는데, 바람이 없었다면 1-2시간은 단축 되었을 것이다.

백두산 산문 내에 위치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온천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묵었는데,
가는 식당마다 나름대로 우리 입맛에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국적 없는 퓨전보다 이 지역에서 먹는 그대로 내놓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입맛이 그리 까다로운 편이 아니어서 매번 비우기는 하지만 입에 맞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왜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먹고 나서도 무언가 허전한듯하여 초코렛이나 사탕을 넣은 주머니에 자꾸 손이 간다.

다음날 천문봉에 올랐으나, 운해에 쌓인 백두산은 아침이 되어도 주변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아쉬웠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기에 발을 돌려
금강대협곡과 왕지를 돌아보고 하루 일정을 마쳤다

조금 일찍 일정을 마무리 한터라, 저녁 식사 후에 근처에 있는 노래방엘 들렸다.
우리 노래방보다 시설은 허술하였지만 형태는 한국노래방과 같다.
문제는 노래방기기 작동 리모콘이 중국말로 되어있어 예약이나 중간 취소가 안되여 허둥대다,
도우미를 불러서 해결했다. (도우미는 1시간에 우리 돈으로 오천원)
맥주를 마시며 놀다가 내일 일정을 생각하여 10시반경에 일찍 마무리

백두산 마지막 일정은 남파를 보는 것이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4개 코스가 있으며, 방향에 따라 동파, 서파, 남파, 북파로 부르는데
북한에서 관리하고 있는 동쪽 코스인 동파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길림성 지역을 통하여 오를 수 있다.
이중 남파구간은 금년 7월에 중국측에서 개방한 곳으로 아직 공사 중이다.
남파산문으로 가는 길은 주변에 집도, 차량 통행도 없어 한적하다
길을 가며 여러 풍경을 보고 느끼는 것은 여행하는 사람의 행복이다.
출발 때 부터 내리는 빗길이지만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평지들을 보니,
북한의 개마고원도 이렇게 생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3시간 내내 원시림사이를 지나자니 무지 지루하다.

남파정상인 4호 경게비가 있는 관명봉에 오르니, 어제와는 달리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멈추고
맑은 천지가 얼굴을 내민다.
백두산의 일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천지와 능선모습을 잘 보기가 하도 힘들어「백번올라 두번 잘 볼수있어 백두산」이라는 말도 있다는데,
4박5일의 일정 중 오는 날과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3번 백두산에 올라 2번 맑은 천지와 능선을 볼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다.
천지에서 내려오면서 장백산 대협곡과 고원화원을 보고 압록강을 따라 통화시로 향하였다.

- 돌아오는길 -
두시간 정도를 가니 압록강 건너편에 북한의 혜산시가 보인다.
도시의 형태와 주거 모습이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우리의 70년대 이전 수준이다. 가슴이 짠하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이루는 압록강은 강인함을 보여주며 흐른다.
통화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발 맛사지로 피로를 풀어본다

아침 일찍 통화에서 심양으로 이동하여 중국 청조의 왕궁을 둘러보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여행 중에 보고 느끼는 감정이나 여행 후에 남는 기억은 여행을 함께한 일행이라도 다를 것이다.
같은 사물일지라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서로의 추억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시간을 되돌아 가보는 text file 같은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실제 경험과 상상이 뒤섞여 가끔 엉뚱한 기억이 되곤 하지만
여행으로부터 축적된 수많은 이미지가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떠나고 있다.
생활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잘 모르고 있을 뿐..... (2007.8.23)

* 8월11부터 8월15일 사이에 백두산 등산을 다녀온 느낌을 써본건데,
  게으름을 내려놓지 못해서 속상하내요,   


philippo 07-08-24 18:35
 
  사진 몇장 올려놓으면 좀 더 이해가 빠르겠는데,
우리의 성산 백두산에 다녀오신것 부럽고,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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