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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27 19:48
나는 누구인가
 글쓴이 : marta
조회 : 5,827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감방에서 걸어 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의 성에서 걸어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다정하고,분명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또한 말하기를
  나는 불행한 날을 견디면서
  마치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평화롭고,미소지으며,자연스럽다고 한다.

  나는 정말 그런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뭔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
  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가쁘게 몸부림치고
  빛깔과 꽃들과 새소리를 갈구하며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로 치를 떠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힘없이 슬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글쓰는 일에 지치고 텅빈,
  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신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

  * 나치에 항거하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베를린 감옥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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