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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9-25 18:30
천국과 지옥을 함께 보다!
 글쓴이 : 요한 김
조회 : 6,241  

천국과 지옥을 함께 보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천둥이 내 머리에 와당탕 꽝! 내리쳐졌다.

이른 아침 시간에 막내 계수씨의 울음 섞인 다급한 소리에 순간 적으로 내 정신이 쑥 빠져 버렸다

 ‘ 큰 아주버니 ’애 아빠가 일을 당했나 봐요, oo 경찰서로 확인하러 빨리 나오라고 전화가 왔어요‘ “어떠카믄 좋아요?” “그럼 형님을 바꿔줄테니 자세한 얘기를 해 봐요!”

스무살이 넘는 나이 차가 있는 막둥이 인지라, 평소에는 퍽이나 어려워 하는 처지라 피차간에 속 깊은 얘기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이른 아침에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으니 황망한 가운데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결론은 사고사로 판단되니 가족이 와서 사실 확인과 후속 조치~사체인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경찰서 통보로 결론이 내려졌다.

황당하고 복잡한 가운데 사태수습에 돌입하게 되었다.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지만 엄연한 현실인이니 이를 어찌하리오!’

황망한 가운데 서둘러 장의식장으로 달려 갈 참이다. 근데 열쇄가 어디 있는지? 휴대전화기가 어데 있는지? 우왕 좌왕,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가 혼이 다 빠졌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선 동생들과 꼭 알아야 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무엇보다 다급한 일이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책을 강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조카들이 성장해서 다들 서둘러서 달겨들어 가지고 모든 일을 막힘 없이 잘 처리해 나가는 것이었다. 장본인은 달라당 외동 딸 스무살 짜리 하나 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상주 노릇부터 초상 치루는 모든 일을 조카들이 척척 들어서서 완장 차고 다 해내는 것이었다. 막내가 다니는 회사의 동료들도 그야말로 친 형제간이나 다름 없이 호상 역할을 진심을 다 하여 정성껏 도와 주는 것이었다.

나도 몇 군데 상조회 역할이 아주 잘 되는 회사나 조직을 오랫동안 잘 보아 온 터이지만 이번 일에선 예사 일에선 잘 볼 수 없는 아주 끈끈하고 따뜻한 정리를 새삼스럽게 볼 수 있어서 경탄과 존경을 보내고 싶은 심경으로 큰 감명을 받았다.

첫째로 조카들 서네명이 스스로 완장을 차고 들어서서 역할 분담을 해가지고 매사를 막힘없이 척척 해내는 거다. 요새 세상 인심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안에선 매년 여러 차례 제사에 20명이 넘는 제사꾼들이 모여서 전 부치고 지지고 볶으면서 왁자지껄 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즐겨 참여하는 행사로 전통이 잡혀있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배인 가풍과 습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거 같아 보여서 마음이 흐뭇하고 대견해 보였다.

둘째로 장본인의 회사 분위기가 너무도 자애가 넘치고 우정이 깊은 것이 요새 세상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정경이었다. 중소 규모의 <하이 테크> 전자 회사인 거 같은데 근자에 몇 년 동안 자금 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거 같이 들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선 사장님이 사흘 동안 매일 밤을 새러 오시는 거다. 또 직원들도 집단으로 교대하여 매일 밤을 새는 거다. ‘그렇게 정이 많았던 선배인데 어떻게 이렇게 보낼 수가 있냐’면서 몇 번씩 눈물을 훔쳐가면서 분향을 하고 좋아하시던 담배라고 한 대 붙여다 놓곤하는 것이다 또 나 어린 딸을 두고 어떻게 가느냐면서 ‘선배님 제가 돌볼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면서 눈물을 흠치는 거다 이틀 밤을 내리 새우는 친구들도 여럿이었다. 때때로 딸놈이를 붙들고 ‘현주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 삼촌(?)이 있잖아?’ 너무나 정겨웁고 요새 세상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하는 정경을 몇 차레나 볼 수 있었다.

나는 두 가지를 크게 깨닫게 되었다. ‘이젠 내가 확실히 늙었구나! 뒷 사람이 맡아 할 때가 벌써 다 되었구나!’ 애들이 그 만큼 성장해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젠 나는 뒤로 물러서도 되겠구나! 사실 나는 지금도 성묘 갈 때면 자동차 너덧 대가 줄을 지어 내 뒤로 띠라 오길 속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내가 선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컴퓨터>에서 노선 경로를 미리 도면으로 떠서 준비하곤 했었다

아! 이젠 노장이 무대에선 사라질 때가 되었구나! 웬만큼은 마음 놓고 물러서도 되겠구나! 서운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때가 되었구나! 마음이 착잡하다. 오늘도 성당 주차장에서 왼편 뒷 문을 긁어대는 사고를 냈다. 옆에서 한 마디 건넨다. “아! 당신 이제 차 운전하면 안 되겠어요!” 그럼 뭘해? 내일 새벽엔 삼우제 보러 안성엘 가야 하는데 ....

 구원의 주 하느님! 가련하고 어리석은 이 어린 양을 살펴주소서 구천의 나락에서 구원해 주소서! 아멘!

2011.9.25. 막내를 보내고 와서 ...


플로라 11-09-27 19:58
 
가족을 떠나 보내는 안타까운 일을 겪으셨군요.
마음이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힘든일을  가족과 주윗분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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