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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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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위한 전쟁 반대 (NO WAR FOR 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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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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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위한 전쟁 반대 (NO WAR FOR OIL)
글 신은진 (nadie@joongang.co.kr)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시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호예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전을 강행하려는 것은 바로 중동지역에서의 석유 이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전단체들은 주장하는 거지요. 물론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독재체제, 테러단체와의 연계 의혹 등을 전쟁 명분으로 삼고 있고, 국제사회도 대(對) 이라크 유엔결의안 등을 통해 미국의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라크전과 석유가 긴밀히 얽혀 있다는 주장들은 왜 자꾸 나오는지 함께 알아 보기로 해요.
1.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석유 확보라는 경제적 목적이 포함돼 있다는 목소리도 의외로 크군요. 그런 주장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건가요.
그런 주장은 미 행정부가 석유 확보를 국가적 과제 중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는 정황을 근거에 깔고 있습니다. 석유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필두로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주요 고위 관리들은 석유회사의 경영자.대주주 출신이거나 현재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요 .
2001년 딕 체니 부통령의 주도로 작성된 '국가 에너지 전략 보고서'는 "걸프지역의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를 위해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요. 최근 발표된 전쟁계획에도 "전투 시작 즉시 특수부대를 파견, 핵심 석유시설을 우선 보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 정부 관료들도 석유가 주요 동기 중 하나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답니다. 단, 미국의 석유 독점이 아닌 세계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확보에 그 목적이 있다며 "전 지구 차원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지요.
2. 석유를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산유국 중에서 하필 이라크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확인된 이라크의 원유매장량은 약 1천1백20억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2천6백18억배럴)에 이어 세계 2위예요. 하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 매장량이 2천2백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마지막 남은 지구상 최대의 에너지 보고'라 불리고 있어요. 이는 미국이 앞으로 98년간 수입할 원유량과 맞먹는 양이랍니다.
또 원유가 지표면에 가깝게 묻혀 있어 생산비용이 배럴당 1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품질 면에서는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 석유 전문가들의 평가랍니다.
석유자원이 머지않아 바닥날 처지인 미국으로서는 이라크가 미국 석유 수요의 절반이상을 채워줄 유일한 나라예요. 미국은 그런 이라크가 단순한 독재국가 차원을 넘어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범들에게 활동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불안하게 여긴 것이지요.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면 미국에 비우호적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3. 그렇다면 이라크는 석유 확보 다툼에서 태풍의 핵인 셈이로군요. 현재 국제사회가 이라크전을 놓고 찬반으로 나뉜 것도 이라크 석유를 둘러싼 경제적 대립으로 해석할 수 있나요.
국제사회의 움직임 전부를 이라크 석유 때문만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겠지요. 그러나 최근 미국.영국 대 프랑스.독일.러시아의 대립을 보면 원유를 둘러싼 이해 다툼도 작용한 것 같아요.
현재 이라크 유전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와 러시아.중국이에요. 192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과 미국의 석유회사가 이라크 원유를 장악했으나 72년 이라크 석유 국유화를 계기로 기득권을 상실했어요.
91년 걸프전 이후로는 미.영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이라크 정부가 의도적으로 러시아.프랑스 등의 회사들에만 특혜를 부여, 약 2조억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권을 이들 국가에만 배당했어요.
이라크 석유 이권에서 영영 배제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낀 미국과 영국이 이번 전쟁으로 현 이라크 정권을 축출, 자신들에게 친화적인 새 정부를 새워 다시금 이라크 석유 패권을 쥐려 한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왔지요.
반면 프랑스와 러시아.독일 입장에서는 이라크 지도부가 교체되면 현 후세인 정권과 체결한 석유 관련 계약들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래서 이들 나라가 유엔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제동을 거는 이유 중에는 이런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후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기 위한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죠.
4.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석유시장을 일부 국가에만 개방한 이유는 뭔가요. 미국과 영국에도 공평하게 이권을 나눠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요.
이라크는 세계 열강에 뺏긴 석유 이권을 되찾길 원하고 있지요. 1927년 키르쿠크 지방에서 처음 원유가 발견된 이래, 약 50년간 이라크 석유산업은 미.영 등 세계 열강들이 장악해 왔어요.
후세인 대통령은 '아랍 석유는 아랍인에게'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72년 이라크의 오랜 숙원인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완성,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됐죠.
현재 이라크 석유산업의 모든 부문은 석유성(省)이 관리하고 외국 석유회사의 참가는 탐사.설비.건설 서비스 제공 등의 형태로만 인정되고 있어요. 국유화로 얻게 된 엄청난 국가 수입을 후세인 정부는 무기 구입과 각종 경제계획 착수에 투자했고요.
러시아.프랑스 등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은 걸프전과 9.11테러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미.영의 공격으로부터 정권을 보호하고 동맹세력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이에 대해 미국은 "이라크는 석유를 무기화해 국제사회를 조종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지요.
5. 결국 미국의 주도로 이라크전이 일어나고, 전쟁 종결 후 친미적인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라크 석유산업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는 "전후 미 석유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석유개발권을 따낼 것이고 이에 따라 이라크 원유 생산량은 급격히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세계 석유시장도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성될 것으로 석유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얼마나 지원했느냐가 전후 이라크에서의 이권을 얻는 데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하지만 후세인 이후 시대의 이라크를 미국 의도대로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아요. 무엇보다 이라크전에는 석유 이외의 변수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라크 석유생산 시설을 정상화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려 즉각적인 경제적 이득은 없을 것이고 ▶새 정부가 석유개발권을 다국적 기업에 순순히 내줄지도 의문이며, ▶만약 전쟁에서 유전들이 대거 파괴된다면 오히려 OPEC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유가가 치솟는 등 미국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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