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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17 00:00
[복음]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글쓴이 : 가로등
조회 : 9,019  
<<주님 만찬 성목요일>>

첫 번째 독서인 출애굽기 12장 1-8절과 11-14절을 보면 야훼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 노예 생활에서 구출하시기 전에 열 가지 재앙을 선포하셨는데 그 마지막 재앙은 에집트 땅의 모든 사람들과 짐승들의 맏이를 다 죽게 하는 재앙이었습니다.
그 재앙을 실현하시는 날 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러한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는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받아, 그것을 먹을 집의 좌우 문설주와 문 상인방에 바르라고 하여라. 그 날 밤에 고기를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도록...”하라고 이르셨습니다.
이것은 야훼 하느님을 공경하기 위한 빠스카, 즉 죽음의 재앙이 건너뛴다는 과월의 희생이니, 이를 영원한 법으로 삼아 대축일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따름으로써 양의 피로 죽음을 면하는 것을 우리는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독서인 고린토 전서 11장 23-26절에서도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 신자들에게 주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때에 행하신 ‘성체 성혈의 의미와 그 의식을 우리가 행하여할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밀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축성되는 이 신비 - 사실상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 만찬을 행하신 그 자리에는 있지도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자기 입장을 밝히기를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하면서 오늘 우리가 미사 중에 받아 모시는 성체와 성혈의 의미를 일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빠스카 축일 전날 저녁에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여기서 그 첫 번째 일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일이요, 그 다음은 저녁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하시는 자리에서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밀떡과 포도주를 당신 몸과 바꾸시는, 즉 오늘에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를 세워 주신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복음에서 먼저 들은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는 이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이겠습니까?
팔레스티나의 도로는 당시에 전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고 그들의 신발은 샌들이었기에 길에서 묻은 먼지나 흙을 씻기 위해서 집집마다 문 앞에 물 항아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왔을 때에는 종이 물그릇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손님들의 더러워진 발을 씻겨 주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임에는 ‘종’은 없었습니다.
즉 집 안에 들어갔을 때 바로 종이 해야 할 일을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행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 차례가 되었을 때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발을 씻기시는 것을 거절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이 말씀은 “네가 나에게 씻기우지 아니하면 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게 된다”는 말씀인 것이고, “베드로야, 너는 나에게 이런 일을 받지 않고 시키지 않을 만큼 거룩하고 훌륭하다는 말이냐? 만일 네가 안 씻고 말면 너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라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베드로는 발 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목욕을 한 사람은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고 하십니다.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 말씀은 그들의 풍속에서는 잔치에 갈 때 가기 전에 의례히 목욕을 했으므로 초대하는 사람의 집에 갔을 때는 발만 씻으면 되었던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다음 말씀하십니다.
“내가 왜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이러한 행위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합니까?
세상에서 위대한 것은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이 더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 안에 우리가 배워 행하여야 할 참된 자세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경우, 자녀들과 부모 사이에서, 부부 사이에, 이웃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얼마나 권위와 위엄을 찾고 있는지 또 자기를 들어 높이고자 하는 자세로 가득 차 있는지, 자기 자신을 낮추기를 얼마나 꺼려했는지 우리 모두 예수님 앞에 부끄러워하며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욕구나 남에게 예속되고 싶지 않다는 사고방식은 사물과 삶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나타나기가 쉽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하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는 마음 속 깊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하여 예수님의 마음 자세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이 세상에서 당신 생명이 다 되었음을 알고 계셨고 당신이 당해야 할 굴욕의 때가 다가오는 것도 알고 계셨으며 하느님 오른편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한 권세와 영광이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면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으로써 사랑이 가득 찬 겸손을 보이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저명한 지위, 권세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비천한 일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또 그래야만 위신이 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고 또 예수님은 그러하시지도 않으셨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세상 만물의 주이심을 알고 계셨고 그러한 능력을 기적과 말씀을 통해서 드러내셨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이제 하느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붙잡아 갈 자를 비롯해서 당신에게 고통과 창피, 죽음을 가할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외면하거나 체면을 유지하는 행동을 하셔도 좋았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로 가장 가까이 가고 계시는 그 순간에도 바로 인간을 섬기는 깊은 봉사와 겸손의 한계선까지 내려가시는 태도를 가지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행위에서 실로 놀라운 것은 당신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인간을 더 가까이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자세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간다고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을 사람들로부터 멀리할 때가 아니라 괴로움을 겪는 사람을 더 가까이 할 때인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예절에 참여하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이시며 우리에게 서로 행하라 하신 겸손한 봉사의 자세를 지니기로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성체성사를 세우신 이 거룩한 밤에 이 제대에서부터 시작하여 천상 식탁에 앉을 때까지 당신의 말씀과 생명으로 우리 모두를 지켜 주시고 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대화후광 신부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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