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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30 00:00
굽이 돌아오는 길 - 박노해
 글쓴이 : 김요셉
조회 : 5,614  
굽이 돌아오는 길
                         
                            박노해



올 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 보다는

휘청 굽이 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 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 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을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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