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터 > 나눔방
|
 |
 |
|
작성일 : 03-08-29 00:00
|
일요일 `밤10시`미사·예배 아십니까 (중앙일보에서퍼옴)
|
|
 조회 : 10,682
|
급변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기독교·천주교의 예배·미사 관행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안식일로 불리는 일요일 개념이 차츰 현실에 맞게 재조정되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의 확산, 휴일 근무자에 대한 배려, 가족 단위 기도 참여 유도 등의 영향을 받아 일요일 종교 행사에 새 풍속도가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일례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목 5동 성당은 지난해 6월 일요일 오후 10시 미사를 신설했다. 토요일에 여행을 떠나 일요일 낮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신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오후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략 8백명 선으로 낮 대미사보다 많다고 한다. 성당 측은 사람들이 처지기 쉬운 오후을 고려해 별도의 성가대를 운영하는 등 어느 미사 때보다 역동적인 전례가 이뤄지도록 신경쓰고 있다. 고해 성사도 오후 11시30분까지 하고 있다.
홍문택 주임 신부는 "사실 낮 미사에 참석하면 일요일 하루가 오전·오후로 갈라질 수 있다"며 "하루를 푹 쉬게 하거나 일요일 날 다른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오후 미사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흔히 1박 2일로 진행되는 가톨릭 명상 코스인 피정(避靜)도 지난해 5월부터 매달 첫째 화요일 두 시간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 도시인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가톨릭 내부에선 이곳 말고도 현재 일요일 오후 8~10시대에 미사를 올리는 곳은 3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컨대 제주교구는 제주시 중앙본당에서 오후 10시 미사를 마련해 교구 소속 각 본당 사제가 돌아가며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극장가 주말 철야 상영, 24시간 편의점 등과 비슷하게 가톨릭계에도 `심야 마케팅`이 접목된 것이다.
개신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는 지난해 1월부터 `9시에 뜨는 별`이란 이름으로 오후 9시 예배를 상설화했다. 이준규 간사는 "낮 시간보다 적지만 매주 8백50명의 신도가 참여한다"며 "인근에 거주하는 다른 교회 교인들에게도 자리를 열어놓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 예배에 온 사람들이 오후에 가족 단위로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오후 시간이 오히려 신앙 생활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구로동 갈릴리 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배를 주일 예배에 포함시켰다. 초창기엔 일부에서 `성서 위배론`을 내세우며 반발했으나 요즘은 `현실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도 토요일 오후 5시 예배를 일요일 예배로 인정한다. 토요일 행사를 `주일 1부 예배`로 이름지었을 정도다. 이곳의 변창배 부목사는 "이미 4년 전에 요즘 같은 주5일제 시대를 예상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 교회와 시골 교회가 연계해 가족 단위의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주말 교외 부부 세미나나 문화 행사 도중 주일 예배를 영상으로 거행하는 등 여러 형태의 교회 행사가 개발되고 있다. 기독교 계열 방송사인 극동방송의 김수민 프로듀서는 "아직도 많은 교회에선 일요 예배 참석을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바라보지만 평소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적은 현대 가정의 기독교 신자들을 결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라, 늘어날 여가 시간에 대응하는 천주교·기독교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일과 큰 관련은 없지만 주말 불자들을 흡수할 전국 산사(山寺)의 명상·참선 프로그램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