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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1-20 00:00
어느 '멍수녀님'이야기..
 글쓴이 : 사비나
조회 : 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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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LINE-HEIGHT: 150%" align=left><FONT face=바탕체 color=#cc00ff size=4><PRE><UL>
멍 수녀님이란 분이 계셨다.
성은 멍씨가 아닌데 다만 그분의 재주가 신통치 못하여 답답함을
느낀 본당 신부께서 “멍청이”라 부르신 데서 나온 이름이었다.
원래 그 수녀님은 드러내 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성가도 잘하지 못했으며, 교리지도도 더듬거렸고, 나중에는 제의방으로
밀려났는데 그것마저도 본당 신부의 신경을 자주 건드리곤 했다.
그저 재주가 있다면 “멍 수녀!” 하고 불러도
늘 생글생글 웃는 그 미소가 고작이었다.

사람들은 멍 수녀님을 굉장히 좋아했다.
신자들이야 으레 약자 편이긴 하지만, 늘 겸손하시고
신자들의 어떤 말도 다 받아 줄 뿐만 아니라 남몰래 많은 기도와
희생을 하고 있는 줄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 원장 수녀님은 나이는 멍 수녀님보다는 훨씬 적으나
대단히 똑똑하고 재주가 반짝반짝하는 분이었다.
그러나 너무 독선적이고 직설적인 언행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상처를 받게 되었고 그래서 신자들은 ‘똑 수녀’를 싫어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한번은 그 수녀원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원장 수녀님이 신부들의 사생활에 대해 얼마나 ‘따따부따’하시는지
듣기가 아주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 원장 수녀님의 생활도 대단히 고급화되어 있는데도
아마 자기 자신의 모습은 잘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때에도 멍 수녀님은 그 특유의 재주인 미소만을 가지고
우리의 어리석음과 교만을 다 받아 주고 계셨다.
결국 멍 수녀님은 본당 신부와 원장 수녀의 합동작전으로
먼 곳으로 쫓겨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가실 때는 눈치를 보느라 많은 이들이 전송을 해주진 못했지만
가시고 난 뒤에는 수녀님을 잃은 아쉬움과 불만으로
많은 이들이 분개를 했다는 것이다.

세상은 재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주는 자신의 눈을 감기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위선의 탈을 뒤집어쓰게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신앙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내려가는 겸손을 닮을 때
축복이 되는 것이며 잘 사는 은혜가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어떤 수녀님을 만났는데,
뭐라고 한마디 하니까 오히려 세 마디 네 마디 퍼부으면서
얼마나 따발총을 쏘는지, 그날 온종일 왜 그리도 피곤하고
짜증스러웠는지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고 넌더리가 난다.
나는 왜 멍 신부가 되지 못할까?
세상을 바보처럼 사시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으며
그리고 그리스도의 최고의 덕인 겸손을 사시는 멍 수녀님을
생각하면서 닮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도 해본다.

멍 수녀님, 사랑해요.


</FONT></UL><FONT color=blue size=3>
<CENTER>강 길 웅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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